틈은 나에게 위로가 되는 작업이다.나는 확실하게 정의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. 자꾸만 피어오르는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을 나 스스로와 내가 처한 상황들을 분석하여 정의내리면 잠시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온다. 이 순간의 안도를 느끼기 위해 나는 부단히 정의내리는 삶을 살았다.하지만 나는 내 스스로를 정의내리지 못했다. 나는 누구인가? 어느 대지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나의 애매모호함은 나를 괴롭게 했다. 아, 나는 어쩌면 명확한 것들이 중첩된 사이의 작은 ‘틈’과 같은 존재이구나.나무의 틈, 돌의 틈 사이에는 무엇이 숨어있을 지 알 수 없지만, 때로는 예상치 못한 식물이나 버섯 등의 새로운 생명이 우연히 피어나기도 한다. 오히려 틈 속 불안감과 동시에 피어나는 기대감을 느끼며 틈 속의 나를 온전히 포용하기로 결심한다. 이러한 나의 다짐은 저 먼바다 깊숙이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지닌 세상에 빗대어 작업 ‘틈’ 으로 표현되었다.